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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한항공은 한국어를 금지했을까? <아웃라이어>

by 안테암블로 2024. 7. 21.

 

0. 들어가며

 

대한항공은 조종석에서 한국어를 금지했다.

 

왜 그럴까? 

 

한국어를 쓰면 비행기가 추락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한국이라는 문화적 배경이  비행기를 조종하는데 큰 약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눈먼 애국자 분들 덕분이다.

(나는 이런 애국자를 볼 때마다 단테의 '사랑은 굽은 길도 똑바로 보이게 하나니 이 길을 지나는 자마다 멸망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경구가 생각난다. ) 

 

애국자 분들은 이렇게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영어를 쓰는 게 경영철학에 맞다'라고 이야기하거나 '외국인과 소통하는 분위기를 키우기 위해서'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말했다. 이런 말도안되는 주장에 화가 난 나는 직접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쓰면 비행기가 추락하는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때는 대한항공이 추락한 1997년 8월 6이다. 

 

대한항공은 801편은 김포국제공항에서 출발하여 괌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오전 1시 20분 1초 조종실에서는 기장 박용철 씨, 부기장 송경호 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오전 1시 20분 1초]

기장: 이거 뭐. 왕복해 가지고 아홉 시간 나와야 뭐 조금이라도 있는 것 아니야? 이것 여덣시간 나오면 말짱 헛일 아니야 여덟 시간 가지곤 아무 도움 안 되는 것..., 아이고 맥시멈을 고생시키는구나 맥시멈으로 (그 후에 피로에 불평하는 기장의 대화내용)

[오전 1시 21분 13초]

기장: 어.... 정말로... 졸려서....(알아들을 수 없는 말)

부기장:그럼요, 괌이 안 좋네요 기장님

기장:야 비가 많이 온다. 

부기장:예 더  오는 것 같죠, 이 안에.....(말을 하려다가 만다)

중략

[오전 1시 42분 19초]
기관사:안보이잖아 
[오전 1시 42분 22초]
기관사:올라갑시다. 
[오전 1시 42분 23초]
기장:고 어라운드 
[오전 1시 42분 23초]
지표근접장치:100피트
[오전 1시 42분 24초]
지표근접장치:50피트
[오전 1시 42분 25초]
지표근접장치:40피트
[오전 1시 42분 25초]
지표근접장치:30피트
[오전 1시 42분 25초]
지표근접장치:20피트

[오전 1시 42분 25초]

충돌음 

[오전 1시 42분 28초]

목소리와 신음소리 

[오전 1시 42분 28초]

녹음 끝

 

이 사고는 승객과 승무원 총 254명 중 22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1. 완곡어법의 민낯

분명히 말하건대, 비행기의 추락은 기장의 피로 때문이 아니다. 바로 한국의 문화적 분위기 때문이다. 

 

잠깐 아시아권의 문화를 살펴보자 

 

아시아는 농경국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농경국가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계급이다.

 

농사를 짓는 정주형 사회는 잉여 생산물을 저장할 창고가 필요해진다. 그리고 그 식량을 저장할 수 있는 창고가 생긴다.

창고가 생기면 그것을 지킬 수 있는 무력집단이 생긴다. 여기서 최초의 계급이 탄생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쌀은 비교적 안정된 기후에서 자란다. 즉, 재산을 축적하는데 어려움이 없고 계급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유럽의 국가들보다 유리하다. 

 

안정된 기후가, 안정된 재산을 만들고, 안정된 통치기반을 만든다.  

 

안정된 통치기반은 군신관계를 심화시킨다. 황제는 천자라 부르며 나머지는 모두 백성이다. 따라서 신하와 황제 사이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 만들어진다.

반면 유럽의 경우에는 봉건제로 그저 가장 많은 땅을 가지거나 무력을 가진 자가 왕이었으며 그는 귀족의 대표일 뿐이었지 하늘의 아들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귀족끼리는 보다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즉, 아시아권의 군신관계와는 그 무게가 다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아시아처럼 안정된 사회 즉, 한 권력자가 긴 기간 동안 권력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신과 같은 권력자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은 자신의 생명과 직결될 만큼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아시아에서는 빙빙 돌려서 말하는 완곡어법이 발달하게 된다.

8월 기해일, 조고는 난을 일으키고자 했으나 신하들이 듣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먼저 시험을 해보려고 사슴 한 마리를 황제(호해)에게 바치면서 “말(馬)입니다”라고 했다. 황제가 웃으며 “승상이 잘못 본 것 아니오? 사슴을 말이라니”라고 했다. 좌우에 물으니 입을 다문 자도 있고, 말이라며 조고에게 아부하는 자도 있었으며, 사슴이라고 말하는 자도 있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들에게 몰래 죄를 씌워 모함했다. 이후로 신하들이 모두 조고를 두려워했다.

『사기』 진시황본기 제6권

 

그러나 이러한 완곡어법은 얼마나 효과적일까? 

 

피셔와 오라 사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힌트를 주는 듯 말하는 화법은 가장 알아듣기 어렵고, 동시에 가장 무시당하기 쉬운 화법'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은 완곡어법을 사용하는 문화권이다.

 

홉스테드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권력거리 (조직이나 기관 등의 사회에서 더 강력한 개인과 더 약한 개인 사이에 힘의 불균형, 또는 위계를 수용하거나 기대하는 정도)가  60으로 매우 큰 나라이다. 즉, 상대방이 가진 권위를 인정하는 정도가 매우 높기에 윗사람의 결정에 저항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완곡어법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여기서 오전 1시 21분 13초]의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부기장은 말한다. ' 예 더  오는 것 같죠, 이 안에.....(넌지시 알려주려 한다.)'

이 대화는 부기장이 분명히 비상상황임을 감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 특유의 '윗사람이 말하면 닥치고 따라야 하는 문화적 분위기' 때문에도 말하지 않는다.  (+부기장은 이와 같은 힌트가 4번이나 있음에도 말을 아꼈다.)

 

부기장에게 가해지는 한국의 문화적 분위기는 기장한테 분명하게

 

"기장님, 비상 대책 없이 시계 접근을 하겠다고 하셨지만 바깥 날씨가 끔찍합니다. 구름을 뚫고 나가면 활주로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 만약 아보이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밖은 완전히 깜깜하고 비는 쏟아지는데 글라이드 스코프는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없게 만들었다. 

 

2000년 대한항공은 델타 항공으로부터 데이비드 그린버그를 비행 담당자로 영입했다. 그는 한국비행기가 추락한 근본적이 원인(한국의 경어문화 문제)을 꿰뚫어 보았다. 그렇기에 그가 처음으로 한 것은 대한항공의 공용어를 '영어'로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데이비드 그린버그가  비행담당자가 된 이후 대한항공의 체크리스트는 모두 영어로 사용되었고, 세계 어디서든 관제탑과 대화할 때 영어를 사용하게 했다.  영어는 문화적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고 복잡한 경어체계로 시간을 잡아먹고 비상상황을 보고하게 만드는 한국적 특징을 모두 제거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조치 이후 대한항공에서는 다시는 추락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3. 뒷이야기 

이 이야기는 한국의 문화가 외국의 문화보다 열등하다는 뜻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아시아에서는 완곡어법의 약점을 지니지만 숫자의 발음이 2초 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학계산이 서구권보다 빠르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수학 올림피아드의 수상자들은 대부분 아시아권 사람들이다.)

 

나는 모든 문화에는 강점과 약점이 두루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 소위 '국뽕' 콘텐츠의 양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유튜브 업계에서는 '가성비 좋은' 사업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 상위 20개 채널의 평균 월 수익은 1000만 원 이상이며, 상위 3개 채널의 경우 영상 조회수 월평균 2000만 회, 수익은 5000만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사람들의 눈이 가려지기 쉬워졌다.  나라님이 아닌 나라를 비판하는 사람은 몰매를 맞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 문화가 근본적인 문제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대한항공이 영어를 쓰는 게 경영철학에 맞다'라고 이야기하거나 '외국인과 소통하는 분위기를 키우기 위해서'라고 말하며 한국문화의 약점을 가린 채 본질을 흐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것이야 말로 놀라운 완곡어법 아닌가)

 

그러나 지나친 자기 문화 사랑은 자문화 중심주의로 쉽게 변질되고 본질을 놓치게 만들어 결국 큰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했듯이 '진정으로 건강한 눈은 보라고싶은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본다. ' 고 했다. 

 

모두가 스스로 주의하여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참고도서 <아웃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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