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딜레마는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지가 주어지며 어느 것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다.
인간이 딜레마에 빠지는 이유는 인간이란 선택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중 인간은 더욱 특별하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선택할 때 지금의 이익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까지 함께 고려한다.
딜레마는 정답이 없다.
그러나 사회적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더 효과적인 선택지는 있다.
필자는 대표적인 3가지 딜레마와 그 해결책을 서술했다.
1. 이타적으로 살아야 하는가? 이기적으로 살아야 하는가?
이타적으로 살아야 하는지 이기적으로 살아야 하는지는 인류사의 아주 오래된 고민이다.
누구는 인간이 이기적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본성에 따라야 하며 누구는 인간이 선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이타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 악하게 태어났지만 교육을 통해서 선해진다는 의견도 있다.
인간의 본성이 어떠한지를 차처하고도 사회과학적으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는 어느 정도 효과적인 선택지는 나와있다.
세상을 몇 가지 인간분류로 나누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자 바로 이타주의자와 이기주의자이다.
먼저 이타주의자와 이기주의자 공존하는 세상을 떠올려보자 이기주의자는 이타주의자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이기주의자는 이타주의자의 재산에 기생하며 자신의 재산을 불린다. 당연히 이기주의자는 더 많은 시간을 가지게 되고 이타주의자보다 더 많은 자산을 축적하게 된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집단에는 이기주의자가 더 많이 살아남는다.
그러나 이기주의자의 힘의 원천은 이타주의자에게 있기 때문에 집단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이기주의자는 자기들끼리 갉아먹는다.
결국 집단은 폐망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보면 이기주의자로 사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돌연변이가 등장한다.
호혜적 이타주의 자들이다.
호혜적 이타주의는 받은 대로 갚아주는 말 그대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사용한다.
이들이 등장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호예적 이타주의자는 아주 적은 수의 이타주의자들과 동맹과 협력을 한다. 이런 동맹이 많아질수록 이기주의자는 집단의 바깥으로 밀려나게 된다.
결국 최종적으로 이기주의자는 집단의 도움을 얻기가 어려워지고 생존도 어려워진다.
이 실험이 바로 1970년대에 진행한 엑셀로드 실험이다. 그들은 컴퓨터게임을 통한 전략프로그램을 만들고 전 세계에서 가전략을 모았다. 그러자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둔 전략은 '호혜적 이타주의자' 전략이었다.
특히, 보통 호혜적 이타주의보다 관대한 호혜적 이타주의자가 압도적 1등을 차지했는데, 이들은 상대가 자신을 속이는 것을 알고도 몇 번 넘어가 주는 이타주의자들이었다.
더 나아가 애덤 그랜튼은 그의 저서 <기브 앤 테이크>에서 조사한 결과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관대한 호혜적 이타주의자들이었으며 중간은 이기주의자와 먼저 받고 주는 사람(호혜적 이타주의자)들이었다. 그리고 계층 사다리 맨 아래쪽은 순수한 이타주의자들이었다.
2. 선의의 거짓말을 해도 되는가?
미국 정신의학자 찰스로드는 그의 저서 <거짓말의 심리학>에서 거짓말을 여러 종류로 나누었다. 그중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는 것이 바로 선의의 거짓말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선의의 거짓말을 해도 되는가?
예컨대 독일의 나치가 권력을 잡은 때 게슈타포들이 유대인을 색출하려고 한다. 당신의 집 아래에는 유대인 가족이 숨어있다. 당신은 이런 경우 거짓말을 할 것인가?
이런 경우에는 선의의 거짓말은 옳아 보인다. 나치즘은 정당하지 않고 당신은 거짓말을 함으로써 일가족을 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거짓말은 그 자체로 속임수이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사실 선의의 거짓말에는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그 대신 만약 선의의 거짓말을 해도 괜찮은 상황 정도는 있다.
바로 평판이다.
단순한 거짓말은 평판을 잃게 만든다. 양치기 소년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선의의 거짓말은 평판을 잃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얻을 수도 있다.
방금처럼 유대인 가족을 구한 경우 나치 집단에서의 평판은 낮아지지만 세계적인 평판은 높아진다. 또한 인간의 뇌는 과정보다 시작과 결과를 기억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니 결과적인 평판이 어느 정도 괜찮다면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것은 괜찮다.
3. 중요한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은 옳은가?
중요한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은 옳은가?
이 사고실험을 학자들은 트롤리 딜레마라고 부른다. 육교 위에는 철로가 둘로 갈라져 있다. 한쪽 철로에는 한 명의 사람이 묶여있다. 다른 쪽 철로에는 다섯 사람이 묶여있다. 당신은 이 철로 위를 운행하는 기관장이다.
당신은 어느 쪽으로 기차를 돌리겠는가?
보통 사람이라면 다섯 명보다 한 명을 죽이는 철로로 갈 것이다. 여기까지는 어느정도 쉽다. 그런데 만약 그 한명이 당신의 혈육이라면 어떨까? 당신의 가족이거나 애인인 경우에도 한명을 죽일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섣불리 대답하기 어렵다.
왜 그럴까?
전자의 경우에는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희생하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개인의 욕망을 위해 다른 사람을 '사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 펭귄의 천적은 바닷표범이다. 펭귄들은 서 있을 빙하가 작아지거나 다른 빙하로 옮겨야 할 때가 다가오면 다른 펭귄을 밀어내서 희생시킨 다음 바다를 건넌다.
반면 꿀벌의 경우는 어떨까? 꿀벌은 누군가 벌집을 공격하면 자신의 엉덩이에 있는 침을 친입자에게 박아 넣는다.
다만 꿀벌의 침은 내장과 연결되어 있어 한번 사용하면 내장이 딸려 나와 죽는다.
이러한 딜레마도 정답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인간만이 내릴 수 있있는 제3의 선택지가 존재한다.
바로 협력이다.
인간은 협력을 통해 펭귄처럼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거나 꿀벌처럼 자살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버스기사와 택시기사는 같은 고객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지만 버스기사는 택시를 탈 때가 있고 택시기사도 버스를 탈 때가 있다.
인간이 자연처럼 경쟁으로 서로를 죽여 사라지게 만들면 사실 서로가 곤란해질 뿐이다.
또한 화가가 빵을 만들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유는 빵집과 농부 그리고 배달부와 서로 협력하기 때문이다.
이를 우리는 전문화라고 부르며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인간은 자신이 잘하는 부분만 강화함으로써 서로 연대할 수 있고 강한 포식자를 공략할 수 있다.
4. 딜레마를 해결하는 보편적인 방법
그러면 딜레마가 생길 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딜레마는 기본적으로 풀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해결법이 있다. 다만 논리적으로만 보았을 때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인간사는 우리의 논리가 닿지 않는 변수가 훨씬 많고 그 속성을 모두 파악할 수 없다.
아래는 대표적인 방법을 3가지로 요약해 놓았다.
1. 제3의 선택지를 찾는다.
딜레마에 빠지려면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선택지가 2개 내외이며 선택의 결과가 둘 다 부정적일 때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고 선택은 보다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사실 일상생활에서 두 개의 선택지만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설사 두 개 뿐이더라노 인간은 두가지 선택을 둘다 미루고는 중간의 애매한 선택을 한 뒤, 문제가 스스로 사라지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또는 지금의 조건보다 더 나은 조건을 찾아내어 딜레마를 무마시킬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유대인 두 세력이 전쟁하거나 결투할 때 두 집단 중 한 명에게만 돈을 걸지 않는다.
그들은 재산을 경쟁하는 두 집단에 각각 나누어 투자한다.
그러면 진 쪽에 건 재산을 잃겠지만 이긴 쪽의 재산이 있기 때문에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역사적으로 다른 비슷한 사례도 있다.
바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알렌시아 공방전이다. 카이사르는 적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포위를 당했을 때 공격하고 전멸하느냐 아니면 포위를 뚫고 도망치느냐 중 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벽을 세워 내부를 공격하는 동시에 바깥의 공격을 방어하는 공방일체의 전술을 구사해서 승리로 이끌었다.
그 이외에도 양자택일을 거부하고 스스로 창의적 돌파구를 찾아 문제를 해결해 나간 사례는 굉장히 많다.
2. 기준을 정한다.
딜레마에 빠지는 또 다른 이유는 두 선택지의 가치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치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누군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 있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물건인 경우가 있다.
우리가 절대적이고 귀한 가치를 가졌다고 여기는 금조차도 오랫동안 굶주린 사람에게는 음식보다 못한 가치이다.
즉,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며 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우선순위를 정해놓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군대의 보급품은 1종에서 10종까지의 우선순위가 매겨져 있다. 1종에 가까울수록 비교적 필수적이고 중요한 자원이며 10종에 가까울수록 중요도가 하락한다.
그래서 배가 난파되거나 물에 잠길 경우 배를 가볍게 하기 위해 10종 물건부터 바다에 던져버린다.
우선순위가 덜한 것부터 버림으로써 선택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상벌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예로 들어보자 공유지는 모두가 동시에 사용하는 공간이기에 사용만 하고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이 발생하거나 아무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상벌의 기준을 정해놓으면 효과적이다.
자발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물건이나 시설을 훼손하는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공유자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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