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인도 동굴에서 수련하던 수행자는 어느 날 자신의 수행에 만족하고 산에서 내려와 마을로 향했다.
그날은 마침 장날이라 시장은 북새통이었다. 수행자가 군중사이를 헤집고 나아가는데 때마침 지방영주가 코끼리를 타고 지나가고 있어 사람들이 황급히 길을 터주느라 서로 이리저리 뒤얽혔다.
그때 앞에 서 있던 소년이 뒤로 물러서면서 수행자의 발을 발로 밟았다.
몹시 아팠던 수행자는 화가 나서 소년을 때리려고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때 머릿속에 생각이 스쳤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거지?'
그는 자신의 행동을 알아챘고 그 길로 몸을 돌려 동굴로 돌아가 수련을 다시 시작했다.
우리가 잘 모르지만 세상에 명상을 수행하는 수행자는 꽤 많다. 현대화가 진행된 지금에도 그들은 티베트나 인도에서는 동굴 속이나 정글 속 심지어 물속에서 혹은 높은 고원에서도 수행을 한다.
현대인인 우리는 그 사람들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얼핏 보면 황당한 미신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저런 수행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이 책의 저자 대니얼 골먼과 리처드 데이비슨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명상에 관한 연구를 통해 그 효과를 입증한 최초의 사람들이다.
이 책 <명상하는 뇌>는 두 과학자가 명상의 효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상업적으로 잘못 알려진 명상에 관한 미신, 을 낱낱이 파헤친 여정의 기록이다.
1. 과학으로 본 명상
과거에 FMRI나 심리학, 정신과학이 발전하지 못했을 때 과학의 통념은 우생학이었다. 그 대표적인 증거로 인간의 뇌 속에 있는 뉴런은 태어날 때 그 수가 정해져 있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감소한다고 믿어왔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어 떤 사람이 열등하다고 느껴지면 유전적 운명의 탓을 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서 뇌과학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바로 '신경가소성'으로 인간의 뇌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불변이 아닌 경험에 의해서 재구축된다는 증거가 폭증했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뇌는 말 그대로 '무한히' 변화한다는 사실이 이제는 정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세기 초에 들어서야 뇌과학 심리학 정신의학 등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의식저변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정상이라 부르는 의식은 무수한 의식 중 하나에 불과하며 우리가 일상이라부르는 의식과 분리된 완전히 다른 의식의 잠재형태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바로 그 무의식은 어떤 새로운 일이나 사건, 혹은 물건을 발견하게 되면 우리의 뇌는 머릿속에서 분류가 끝날 때까지 주의를 기울이고 마침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습관화(디폴트) 과정이 나타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뇌의 에너지를 절약하려고 한다.
문제는 이는 익숙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벽에 걸린 사진들, 밤마다 먹는 요리든,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까지 습관화를 한다.
결국 오래되거나 익숙한 것은 무엇이든 습관화하여 무의식적으로 즉, 주의집중을 하지 않고서 하게 되고 이런 종류의 신경망이 점점 촘촘해지면서 무의식이 만들어진다.
결국 우리는 습관화하는 것이 많아지면서 집중력을 사용할 필요가 점점 적어지고 그 결과 집중력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집중력은 점점 감퇴하기 시작한다. 이때 명상이 현대인에게 치료수단으로 급부상 되었다.
2. 명상의 과학적 효과
1. 집중력 향상
집중력 또는 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마음속의 가느다란 병목구간을 통해 흐르는데, 우리는 그 좁다란 배역폭을 인색하게 할당한다. 가장 큰 몫은 현재 우리가 집중하기로 선택한 것 하나에만 배분된다.
그러나 이처럼 한 가지에만 주의를 두고 있으면 주의는 필연적으로 약해지고 마음은 다른 생각으로 산만해진다.
저자는 이를 디폴트 모드라 부르는데 우리가 쉴 때 뇌의 특정영역에서 발동하며 이 때 뇌는 스스로 종종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 , 일상에서 불만을 부추기는 것들을 찾아 떠돌아다닌다.
놀랍게도 명상은 바로 이 디폴트모드를 잠재우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데, 학자들은 명상을 통해 마음속에 일어나는 자기중심적인 생각과 감정에 덜 집착하고 주의를 점점 덜 빼앗기게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
즉, 명상을 하면 집중력을 높이고 덜 산만해진다는 뜻이다.
명상가의 뇌에서 확대한 부위 (2005년 사라 리사의 연구)
- 뇌섬엽-신체 내부에서 신체에 주의를 기울여 내부 상태를 조율하게 하고, 정서적 인지능력을 담당한다.
- 채성운동영역-촉각과 통증을 감지하는 뇌의 중요 피질 중추로 신체적 지각이 증가하면 확대된다.
- 전전두피질 부위들-주의와 메타인지가 일어날 때 작동
- 대상피질 영역-자기 조절능력
- 안와전두피질-자기 조절을 위한 회로 일부분
2. 고통, 통증 내성
또한 명상가는 심적고통과 육체적 고통을 더 잘 견뎌냈는데 연구된 바로는 세상을 지각하는 방법이 비명상가와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대외피질부위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물리적 스트레스와 생리적 반응이 같게 한다.
이 부분은 역설적인 능력을 인간에게 부여하는데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과 함께 걱정하는 능력 과거를 회고하는 능력과 함께 후회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을 다음과 같이 인식한다.
손등을 꼬집히면 순수한 감각시스템이 지각하고 그와 동시에 혐오반응을 담당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여 이 두 반응이 결합되어 '아야!'라고 반응한다. 즉, 두 가지 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따끔한 감각= 불쾌감 이 된다.
그러나 명상가들의 경우에는 반응이 달랐다.
명상가의 경우 똑같이 손등을 꼬집히면 감각시스템과 혐오반응 담당시스템이 통합되지 않고 분리해서 인식한 것이다. 이를 기능적 분리라고 하며 명상가는 따끔한 감각이 불쾌감과 동일시되지 않았다.
심지어 더욱 놀라운 점은 순수한 감각 시스템마저도 분리하여 통증, 욱신거림, 열기, 강도등 세세한 카테고리로 분리해서 인식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명상 수행가들의 경우 통증을 더 올래 견뎠을 뿐만 아니라 집행, 평가 감정과 관련된 영역의 활동이 저해되었으며
떠오르는 생각에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았으며 충동과 변덕에 따라 행하는 양이 줄고 자제력이 높아졌다.
이들의 뇌에는 전전두피질과 편도체사이의 연결이 더 강했으며 연결이 강할수록 모든 종류의 감정기복에 압도당하지 않았다.
3. 항정신효과
집중력과 자기 통제력 향상 이외에도 건강에는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되었다.
마음 챙김 명상의 경우 단 3일만 수련해도 염증을 일으키는 분자인 친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으며
우울, 불안, 통증에서는 명상은 약물과 동일한 효과를 내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
(반면 상업주들이 많이 광고하는 식습관, 수면, 중독 약물 사용, 체중문제에 대해서는 믿을만한 연구결과를 찾을 수 없었다.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