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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거부하는 다재다능의 힘<폴리메스>

by 안테암블로 2023. 2. 26.

1. 들어가며

소로 변해서 에우로페를 납치하는 제우스

고대의 신들과 영웅들에게는 한 가지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사랑, 전쟁의 승리, 평화 등)을 성취하기 위해서 다양한 동물, 식물, 곤충, 자연물로 변신한다. 그에 맞서는 적들도 다양한 생물이나 무생물로 변한다. 상대가 모기로 변해서 도망치면 잠자리로 변해서 쫓아가고 물고기가 되어 도망치면 곰이 되고 호랑이로 변하면 용이 되어 맞서는 식이다. 
 
이는 신들과 영웅들이 유연한 사고를 지녀서 어떤 상황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전능함의 은유였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이런 능수능란함을 일종의 방종으로 여긴다.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좋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놀랍게도 한 가지에 집중하는 사람보다 여러가지를 잘 하는 사람들이 더 사회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높고 심지어 더 즐겁게 살 수 있다. 
 
최근에 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폴리매스'라고 부른다. 
 
폴리매스는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영역에서 출중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은 다양한 직업 다양한 취미 폭넓은 행동으로 늘 새로운 세상을 빚어왔다. 
 
과거 폴리매스는 수많은 위인을 만들어왔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거의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전문가를 맹신하는 사람들의 편견과 압박 때문이다. 이들은 여러가지를 잘 하는 사람은 한가지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역사를 살펴보면 세상을 앞서나간 천재들은 대부분 폴리매스였다. 
 
2. 폴리매스 위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완전한 정신을 배양하기 위한 원칙들이 있다. 예술의 과학을 연구하라. 과학의 예술을 연구하라.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라
-레오나르도 다 빈치-

폴리매스형 인간들은 각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정보를 통합하고 조화시키며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선호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과거 그림을 배울 때 명암법을 배운 덕분에 달에도 산이 있다는 사실을 역사상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이 되었다.  폴리매스들은 직업도 최소한 2개 이상을 가졌으며 3개 이상의 분야에 파고들어서 연구를 거듭했다. 
 
그들은 왜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개척했을까? 
 
현대과학에 따르면 인간은 감각(오감)이 지각하는 것만을 자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고작 전자기파 스펙트럼의 10조 분의 1도 안된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한 가지 분야만으로는 세상을 온전히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느꼈고 그렇기에 최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방법을 선호했다. 
 
일례로 이집트의 임호텝은 건축, 의학, 종교, 과학, 시, 철학에서 눈에 띄는 업적을 남겼고 최초로 원기둥을 사용한 사람이며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발명했을 뿐만 아니라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기원이기도 한 인물이다. 

그의 묘비에 새겨진 칭호가 인상 깊다.  재상, 의사, 파라오 다음의 일인자, 행정장관, 세습귀족, 헬리오폴리스의 대제사장, 건축가, 수석목수, 수석 조각가, 수석 도예가이다. 한 인간이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니 놀랍지 않은가? 
 
그가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였기 때문일까?

아니다.

오히려 그는 다양한 분야를 파고들었기 때문에 천재가 되었다. 
임호텝과 마찬가지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병적일 정도로 수평적 사고를 했는데 해부학을 연구할 때는 심장을 살펴보면서 물의 운동을 떠올리고 물의 운동을 살펴보면서 고불고불하게 말려있는 머리털을 연결해서 생각했다. 

다빈치가 남긴 메모

그가 남긴 노트를 보면 어떤 순서나 체계가 없이 메모가 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가 모든 배움이 곧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래에는 저서에 나오는 폴리매스형 위인들을 표로 만들어 정리해 놓았다. 실제로 책의 절반정도가 이런 위인의 사례가 있으며 모든 내용을 담기는 어려워서 누구나 보편적으로 아는 인물위주로 발췌했다.)
 
 
지도자

이름  분야
무함마드 이슬람교 창시,전쟁,법률,외교,영성
프리드리히2세 다중언어,시인,언어학자,사냥꾼,예술
헨리8세 사냥,카드게임,주사위,음악가,작가,시인
토머스제퍼슨 변호사,회전식독서대 발명,대형시계발명,다중언어,건축가
윈스턴 처칠 해군,재무부장관,상무부장관,내무부장관,노벨문학상수상자, 화가,소설가,종군기자
루즈벨트  유도,복싱,경찰,군인,탐험가,농부,작가,철학가,대통령

교육가

이름 분야
마르쿠스 테렌티우스 바로 문법,수사학,산술,기하학,천문학,음악,의학,건축
공자 정부형태,예절,수학,음악,궁술,점술,사상가
버셀런트러셀 정치학,역사학,언어학,수학,종교학

예술가

이름 분야
미켈란젤로 조각가,화가,건축가,시인
장 콕토 아방가르드 창시, 화가, 시인, 영화감독, 도예가, 디자이너, 발레 

기업가

이름 분야
벤저민 프랭클린 신문편집자,인쇄업자,철학자,발명가,주지사,장관,소방대설립자,작곡가,체스선수
에디슨 전기,화학,기계공학,축음기 발명,전구 발명,형광투시경 발명,영사기 발명 

킹메이커

이름 분야
괴테 소설가,희곡작가,변호사,궁정관료,철학자,생물학,식물학,화가,군사고문
반소 사서,철학자,시인,천문학자,기행문,족보학
라이프니츠 변호사,외교관,엔지니어,사서,연금술사,역사가,수학자,물리학자,지질학자,심리학자,경제학자,언어학자
미하일 로모노소프 화학자,빛의 파장이론 발견, 금성대기이론 발명, 남극대륙 존재이론,시인,스테인드글라스 모자이크 발명 

혁명가

이름 분야
볼테르 희곡, 시, 소설, 수필, 역사, 과학
피에르 보마르셰 시계제조공, 궁정악사, 사업가, 외교관, 스파이, 극작가
윌리엄 모리스 장식품 디자이너, 직조, 염색, 날염, 자수, 시인, 소설가
체 게바라 작가,의사,철학자,군사이론가,외교관

지식인

이름 분야
아리스토텔레스 해부학,천문학,발생학,지리학,지질학,기상학,물리학,동물학,미학,윤리학,형이상학,정치학,경제학,심리학,수사학,신학
존 러스킨 건축,식물학,지질학,비평가,역사가,예술가
아이작 아시모프 과학소설 확립, 화학, 물리학, 해부학, 생물학, 컴퓨터, 해부학, 신학, 문학, 시
뉴턴 미적분 개발, 이항정리 입증, 함수의 슨 방법론, 물리학 학문창시, 만류인력 법칙, 방사만원경 제작, 색채이론, 냉각법칙 정립, 음속연구,공기역학, 기계공학, 연소, 심리학, 현미경 관찰법, 도시설계
칼 마르크스 정치학,사회학, 역사, 문학, 심리학
아담 스미스 경제학 창시,물리학,천문학,법학,역사,형이상학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말 폴리매스형 인재들이 세상을 바꿔왔다면 왜 지금은 폴리매스형 인재를 볼 수 없는가? 이제 폴리매스형 인재는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걸까? 아래에서부터는 왜 폴리매스가 그토록 많은 박해를 받아왔는지에 대해서 설명할 것이다. 
 
 
3. 전문가 사회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
 
당신은 이 질문에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A: "저는....입니다."

B: "저는... 이자....이고...이며...입니다."

 
만약 B로 대답했다면 당신은 폴리매스일 확률이 높다. 
 
사람들은 폴리매스들의 다양한 직종의 경력을 보면서 한 가지 일을 끝까지 해낼 의지력이 없는 사람이라거나 심지어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여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다. 오히려 폴리매스의 정신은 뛰어나서 각 직업군으로 정의된 한계를 뛰어넘는다. 그들은 각 직업의 경계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들며 온갖 창의적 해결책으로 상황을 돌파해 나간다.  그 증거는 위에서 나열한 표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왜 오늘날 폴리매스들은 그토록 차별과 멸시를 받을까?
 
계몽주의 이후  지적 패러다임은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다루어야 하는 정보의 양이 방대해짐에 따라 인간은 그 지식을 전체로서 다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한 사람이 지식을 통합해서 가지고 있는 것보다. 처음부터 몇몇 분야는 아예 포기하고 집중할 수 있는 몇 가지 분야에만 파고들어 연구했다.

이때부터 한 가지 분야에만 탁월한 '전문가'가 등장했다.  
 
전문화 물결에 따라 18세기에 지식의 전문화가 성행했고 19세기에는 직업과 업무의 전문화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정부관료제와 산업화가 맞물리며 회사가 생겨나고 각 업무는 더욱 세분화되며 동시에 분업화되었다. 
 

분업은 비단 경제적 시스템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측면에서 작동하고, 사람들을 분류하고 전문화하는 시스템이 모든 곳에서 작동하도록 기초를 놓는다. 이것은 다른 모든 기능을 희생하고 한 가지 기능만 하는 사람을 개발하는 시스템이다.
-칼 마르크스-

분업화가 이루어지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세 기관(학교, 정부, 기업)에서는 학습의 경계를 더 엄격하게 정했고 이는 사회의 규범이 되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으로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폴리매스는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괴짜'취급을 당했다.
결국 구획화는 폴리매스를 차별하고 무시하는 지경까지 심화된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생각과 달리 사실 전문가야 말로 가장 기형적인 인간이다. 실제로  영국의 노동자들이 겪는 등, 목, 근육의 문제로 생기는 손실은 연간 3100만 일의 노동시간에 달한다.
이는 당연하지만 인간이 본래 '사무실 의자에서 오랫동안 앉아있도록'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본래 다양한 자아상을 지닌 인간이 하나의 직업을 고수한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인지과학자 랜드 스피로의 연구에 따르면 전문가라고 불리는 노동자의 60% 이상이 다른 일을 희망했고 그중 20%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가 한 우물만 파는 전문가를 키우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 사회의 부품으로 특정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이다. 산업화 시대 이후부터 현대의 교육은 각 생산라인에 숙달할 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우리가 교육과정이라고 부르는 행위는 하나의 통합된 지식을 잘게 쪼개서 학생에게 주입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교육의 대표적인 특징은 각 과목 간의 연계가 되지 않고, 이해 위주의 교육이 아닌 암기 위주의 교육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런 교육에서 각 과목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과학은 과학에서, 수학은 수학에서, 국어는 국어에서 끝나는 각각의 독립적인 교육이다.
 
이런 교육이 오래될수록 각 과목을 연계시켜 큰 그림을 그리고 미래를 설계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가장 위력적인 능력은 점점 퇴보한다. 

부모와 정부는 우선 남들이 보내니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이런 교육을 시킨다. 

명목은 '생존을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는 진화적 관점에서도 어불성설이다.
예컨대 코알라는 20시간 이상 잠을 자며, 유칼리툽스 잎만 먹으며, 특정기후대에서만 서식한다. 
반면에 너구리는 잡식성이며, 북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 대부분을 포괄하는 방대한 활동구역을 가진다. 

당신의 생각에는 어떤 생물이 생존율이 더 높을 것 같은가?
 
그런데 전문가가 되는 일은 이런 코알라를 만드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지식의 편식, 좁은 활동반경 속에서만 살아가는 것 말이다. 
 
즉, 현대의 교육은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당신의 직장과 생존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기술적 특이점(AI개발, 로봇, 무인 프로그램) 등으로 세상은 더욱 예측이 불가능하게 바뀌었다. 당장의 트렌드도 읽지 못할 정도로 변화의 폭풍이 몰아치는 시대가 되었다. 
 
4. 폴리매스는 자아실현이다. 
 
폴리매스가 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폴리매스가 되는 것은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즉, 인간은 본래 다면적 동물이어서 본래 다양한 일을 하도록 태어났다. 
 
인류사의 관점에서 보면 조금 전만 하더라도 전문가가 없던 과거에는 많은 종류의 일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처리하는 문화가 보편적이었다. 사람들은 집안일, 외부과의 만남, 취미, 사교파티 등에 직접 나서서 일을 했다.
이들은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이 교육받지 않은 일에 도전해서 뜻밖의 업적을 세우기도 했다. 

성인은 일이 생겨난 원인보다 방법에 집착하고 사실에 대한 이해보다 정보를 얻고 축적하는데 집착한다.

반면, 아이의 눈은 호기심과 이 세상에 대한 경이로 반짝거린다.  어떤 일에 호기심이 생기면 그것을 끈덕지게 집중하고 집착하여 결국 알아내고 이뤄내고 만다. 

  라파엘처럼 그리기 위해서는 4년이 걸렸지만 아이처럼 그리기 위해서는 평생이 걸렸다
-파블로 피카소-

 
그런데 왜 우리는 무언가에 호기심이 샘솟지 않을까? 왜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 일이 재미있지 않을까? 
 
당연하다 당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해서 배우는 것은 거의 없으며 학교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특기와 관심사 사이에서 끊임없이 절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학을 수강하면 화학을 수강할 수 없다. 사회학을 수강하면 인문학을 수강할 수 없다. 모 아니면 도의 선택지에서 당신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흔히 자아실현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학교에서 졸음이 오거나 수업이 재미가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럼에도 참고 참아내서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미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의 교육은 모든 위인들이 가장 경고해 왔던 가장 위험하고 재미없는 교육법이다. 
 
실제로 제대로 된 교육은 재미있을뿐더러 즐겁기까지 하다. 그리고 올바른 교육은 자아실현을 돕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교육하다의 영어단어 educate는 본래 '내면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다.' 다른 뜻을 지녔다. 배움의 원동력은 노력이 아닌 호기심이며 끈기가 아닌 즐거움이다. 
 

우리는 새로운 문을 열고 새로운 일을 하면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우리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고 이 호기심이 우리를 새로운 길로 이끕니다. 
-월트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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