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너무 늦은 시기에 알게 되었다. 메모가 하등 쓸모가 없다는 것을
지금껏 집에서, 직장에서, 거리에서 틈틈이 작은 수첩과 다이어리 그리고 노트에 3년 넘게 기록해 왔지만. 정작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직 쓰는 그 순간에만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된 기분을 느낄 뿐이었다. 여전히 다시 일기나 메모를 들여다 보아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나쁘지 않은 날이었군' '이때가 좋았지' 등등 단편적인 감상만 마음에 남았다 사라졌다.
그 감상은 실천으로 이어지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누군가는 나에게 이러한 작은 메모들이 마음에 쌓여 영향을 준다는 의견을 주었지만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나는 메모가 실질적으로 삶에 영향을 끼치기를 바랐다.
이로 인해 메모의 목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메모의 목적 바로 그것은 미래에 메모를 쉽게 찾아 활용하고, 메모를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있었다. 그러던 중 책 <세컨드 브레인>을 읽게 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쓰기'에서 '쓰임'으로 생각을 전환하자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Q. 이 메모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그 뒤 이전에는 도서실처럼 각각의 분야, 예를 들어 철학, 과학, 수학, 역사 등등으로 정리했던 메모를 모두 내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넣기 시작했다. 메모가 생기면 주말에 한 번씩 정리하여 이전과 달리 프로젝트의 이름이 쓰인 파일에 넣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전에는 단절되어 있던 여러 분야들이 한 곳에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키듯 폭발했다.
과학 속에서 역사를, 역사 속에서 철학이 만나 놀라운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은 책 <세컨드 브레인>을 리뷰하고자 한다.
1. 왜 세컨드 브레인인가?
현대의 문제들은 대부분 정보가 부족하여 생기는 게 아니라 넘쳐나서 생겨난다. 그리고 정작 그 많은 정보 속에서 중요한 것을 깜박한다. 그 속에서 정작 인생을 통째로 바꿀만한 귀한 아이디어가 사라지고 만다. 열심히 책을 읽고 메모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작 당신이 쓰고 있는 메모가, 읽고 있는 책이 실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아마도 언젠가는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구체적으로는 막연하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늘날 일반인 이 하루에 평균 소비하는 정보는 34기가 바이트이며 다른 연구에서는 매일신문 174부에 해당하는 정보를 소비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 결과, 일하는 직장인들은 보관된 메모나 물건, 파일을 찾는데 1년에 76시간을 사용한다고 한다. 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 또한 노동자의 26%가 저장된 파일을 찾는데 소비한다고 밣혔다.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서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도 자산을 관리하듯이 우리의 정보를 관리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그러한 정보를 우리의 머릿속에 전부 집어넣고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바로 세컨드 브레인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서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더욱 생산적인 곳에 사용할 수 있다.
2. 어떻게 세컨드 브레인을 만드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세컨드 브레인을 만들 수 있을까? 바로 code를 통해 만들 수 있다. 수집 capture, 정리 organize, 추출 distill, 표현 express이다.
① 수집(capture)
하루에도 많은 콘텐츠가 쏟아진다. 그중에서 당신의 마음에 감응하는 것만 수집한다. 나머지는 수집하지 않는다. 이때 철저히 분석하여 수집하기보다는 직감을 따르는 게 좋다. 직감은 마음속에서 당신보다 빠르게 그리고 은밀하게 정보들을 연결시켜 창의적인 결과로 이끈다.
② 정리(organize)
정보는 실행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수집한 정보에 질문을 던져라 Q. 이 메모가 어떤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까? 이때 주의할 점은 단순히 도서실처럼 분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역사, 철학, 비즈니스 등등으로 저장하면 깔끔하게 정리되겠지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실행할 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③ 추출(distill)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정리하다 보면 통찰력이 생겨 아이디어 사이의 패턴과 연관성이 보인다. 이때가 정보가 다이어트를 해야 할 시점이다. 연관성을 중심으로 필요하지 않은 정보는 과감하게 잘라낸다. 요점만 남기는 것이다. 너무 긴 메모는 훗날 읽어보기도 어렵고 쓰기도 어렵다.
④ 표현(express)
지식은 공유될 때 가치를 지닌다. 내 지식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표현을 통해 혼자서는 이루어내기 어려운 창조적인 작업도 팀업으로 이루어 낼 수 있다. 당신의 생각과 메모를 평가하고 가르치며 메모도 삶도 더 나아질 수 있다.
3. 어떻게 세컨드 브레인을 사용하는가?
세컨드 브레인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사용할 때다.
ⓛ아이디어 징검다리로 사용하기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 만들고자 하는 것을 설정했다면 여기저기서 저장한 요점을 끌어모아 과감하게 융합한다. 이렇게 하면 외부 조사의 결과와 내 생각과 경험이 섞여 특별한 창조물로 거듭난다. 무언가를 실행할 때는 이 아이디어를 연결하기만 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다. 이는 기존의 빈 여백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풍부한 정보로 시작하게 한다.
②개인 검색엔진으로 사용하기
메모의 풀이 갖춰져 있다면 당신만의 고유한 검색엔진을 가질 수 있다. 메모 앱이나 디지털에 저장한 검색 기능에서 관련된 글자를 치면 당신의 개인적인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정보가 떠오른다. 관련되어 만난 사람들과, 전화번호, 중요한 약속까지 있기에 원하는 때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언제든 수정할 수 있다.
③협업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많은 경우에 메모 앱에는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파트너와 함께 프로젝트에 대해 메모하고 의견을 실시간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내용을 저장하여 상황의 진척도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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