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GPS, 마음의 맹인 <가장 위대한 내비게이션, 뇌>

by 안테암블로 2024. 6. 3.

0. 들어가며 

나다 북부에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보이는 것은 오직 눈이 쌓인 곳에서 이들은 정확하게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지독한 화이트아웃(눈이나 모래 따위로 인해 시야가 심하게 제한되는 날씨 상황)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이들은 바로 이누이트족이다. 
 
그들은 해와 달이 없는 상황에서도 조수의 운동, 물의 리듬, 해류의 변화, 눈 더미의 형태, 산등성이의 모양, 바위의 패턴으로도 길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돌조각에 반사된 빛 하나만으로도 길을 찾아내는 모습은 경이에 가깝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능력은 상실되고 있다. 
 
바로GPS때문이다. 17세의 한 이누이트 소년은 GPS를 오래 사용한 나머지 불과 몇 년 전에는 능숙하게 행하던 길 찾기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기계의 등장이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반대로 인간의 다른 능력을 퇴화시키고 있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원주민도 아닌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길을 찾는 능력이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된다는 말인가? 
 
그러나 길찾기는 인류가 생존해 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인간의 미래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오늘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최고의 내비게이션

 

몸은 훌륭한 기계이다. 화학 실험실이자 동력원이다.
자발적으로든 무의식 적으로든
모든 동작에는 비밀과 경이로움이 가득하다. 
-테오도르 헤르츨-

존하는 최고의 지도는 무엇일까? 메르카토르 도법을 활용한 지도? 오사그라프 방식을 적용한 지도? 아니다.
놀랍게도 현존하는 최고의 지도는 인간의 뇌속에 있는 '인지지도(Cognitive map)'다.
 
이 인지지도를 컴퓨터의 스펙으로 변환하면 아래와 같다.
 
-용량 1페타바이트(1,000,000,000,000,000 bytes)
-거리, 축척, 방향이 정확히 반영됨
-초고속 고성능의 피타고라스 위상학 계산기능
-실시간 0.1MS(밀리세컨트)속도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새로운 길 개척기능
-날씨,광학흐름 실시간 반영
-자동운전
-장애물 회피기능
-수명 100년
-자동학습기능 
 
놀랍지 않는가?  인간의 뇌는 이 모든 기능을 단숨에 처리할뿐더러 그 이외의 일(빨래와 아기돌보기 등)도 능숙히 처리한다. 그렇다면 어쩌다 인간은 이러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을까?
 
과거 4만 5000년 전 지구에는 두 종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였다. 바로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와 네안데르탈인(네안데르계곡에서 온 사람)이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에게 밀려 사라지고 말았다.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이유는 정확히 알수 없으나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길찾기 능력이다.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바로 상징화의 부재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동굴벽화나 신체매장 풍습, 악기 등 종교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의 이러한 풍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오직 시체가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만 매장했다.)
 
그러나 호모사피엔스는 꿈꾸고 상상하고 종교를 만들었다. 그들은 작은 땅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더 넓은 영토로 이동했고 곳곳의 구성원들과 만나고 연락하였다. 이는 인간의 공간인식능력을 비약적으로 늘렸다.
 
그리하여 네안데르탈인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서 평생을 사는 반면 호모사피엔스는 마치 신의 명령처럼 ( 그리고 하나님은 그들을 축복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많은 자녀를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워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의 모든 생물을 지배하라. 창세기 1:28) 남아있는 땅을 모두 밟고 살아있는 것을 모두 지배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이상적 빈란드에 대한 도전적 시도는 갈 수 있는 곳에 대한 탐색 능력(예각파), 공간적 길찾기 능력 (해마), 비공간적 길찾기 능력(미상핵), 공간 암호화 능력 (장소세포) ,머리 방위 탐색 능력(방향 세포), 가속탐지  능력(내이와 이석), 거리측정 능력(격자세포)을 발달시킨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 더
넓게 퍼진 인류는 다양한 기후변화 살아남도록 도왔을 뿐 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동식물을 소화시키도록 발달하였다. 
 
넓은 지역에 분포한 뭐든 먹을 수 있는 잡식성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길 찾기야말로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떨까?
 
2. 능력을 잃다.
 

인간은 다윈 이후로 자신들의 선조라고
상상하는 동물 종으로 자진하여 퇴화하려고 하며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한나 아렌트-

 
 
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잠시 외계인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길 찾기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외계인이란 말인가? 잠시 진정하고 들어보자 외계인이란 존재는 우리가 뇌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다. 
 
한번 생각해 보자 당신이 생각하는 외계인은 어떤 모습인가? 적어도 나는 외계인에 대하여 상상할 때 ET처럼 머리가 큰 무언가를 떠올리곤 한다. 

가장 많이 쓰는 부분인 뇌는 비정상적으로 거대해진 채 손발은 앙상하게 쭈그라든 그 모습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외계인의 모습(머리가 크고 손발이 퇴화된 모습)이 인류의 미래모습과 닮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 끔찍하다.
 
최근 밣혀진 바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문명이 발전하면 할수록 더욱 작아진다고 밣혔다. 

왜 그럴까? 바로 인간은 문명을 만들고 그 문명(법, 제도, 기계)에 자신의 뇌가 해 왔던 역할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뇌는 신경가소성(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통해 무한히 변화한다.

그러나 그 한계는 있다.  인간의 뇌는 다른 능력 예를 들면 키보드를 두드리는 능력, 사칙연산을 빠르게 하는 능력 등을 얻기 위해서 다른 능력을 삭제한다. 그럼으로써 효율화를 추구한다. 
 
자연의 산물인 뇌 도한 엄격한 진화의 법칙에 따라 필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인류의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아주 쪼그라든 뇌 그리고 손가락처럼 보이는 팔과 다리가 달린 그 무언가이다. 그리고 그 인류는 기계에 모든 것을 의지한 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을 것이다.
 
사설이 길었지만 말하고자하는 바는 하나다. 
 
'인간은 기계를 사용할수록 무능력해진다.'
 
실례로 하버드 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Louisa Damani.2020)에서 50명의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GPS기기를 애용해 온 피험자들은 그 주변의 랜드마크와 지형지물을 무시한 채 방향에 관한 지시사항만을 학습한다."라고 밣혔다.

이는 길을 잃었을 때 주위를 둘러보며 반응하는 속도가 줄었음을 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해마의 부분 중 미래를 상상하고 그 가능성을 투영하는 능력이 작동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토머슨제퍼슨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인 리처드 스메인은 신경퇴행성 질병의 연구에서 이동하지 않는 환경 즉, 독방에 같힌 수감자는 스트레스 수준이 높고 심리적으로 매우 우울해지며 일반인보다 자살률이 높았다고 이야기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독방에 같힌 쥐는 뉴런의 부피가 25퍼센트 쪼그라들었으며 수상돌기는 25퍼센트가 짧아진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기계를 버리고 야만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3. 회복하기 
 

단테: 스승님 저것 무엇입니까? 
베르길리우스:꽃이라네 
단테: 그런데 왜 저렇게 얼룩덜룩한 공처럼 보이는 거죠?
베르길리우스 :그건 네가 살아생전 꽃을 제대로 본 적 없기 때문이지
-단테의 신곡-

와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GPS 같은 기술을 우리의 삶과 분리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많은 대학에서 인간의 공간능력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발달시키는 GPS가 개발되고 있다.

베를릴 공과대학의 클라우스 그라만은 내비게이션에 개인의 정보를 결합한다면 해마를  자극하여 기존의 공간능력에 해를 끼치지 않는 GPS를 만들 수 있음을 알아내었다. 
 
예를 들어 '다음 교차로에서 우회전 하세요' 대신 '서점에서 우회전하세요. 서점에서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인 <모비딕>을 살 수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나온다.
 
이와 같은 지시사항은 인간의 내면의 심상지도를 더욱 다채롭게 꾸며준다. 새롭게 개발되는 GPS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매일 반복하는 도시의 풍경조차 새로운 모험의 전경이 된다. 

또는 공간하나하나가 우리에게 의미를 주는 무언가로 변할 것이다. 가령 다음과 같이 말이다. 
 
'아내를 처음 만나서 사랑에 빠졌던 커피숍 앞에서 우회전 하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