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채찍은 노예를 만든다.

두려움이 있는 곳에는 창의성이 살 수 없다.
– 피터 드러커
과거에는 두려움이 성장의 원동력이라 믿었다.
관리자급 리더는 두려움을 통해 구성원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학습과 협력이 중요한 성패요인이 된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두려움을 통한 경영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
파블로프의 개로 유명한 아닌 이반 파블로프는 1924년 레닌그라드 홍수 이후의 자신의 연구실에 기르던 개 수십 마리의 학습능력이 현격히 저하된 사실을 발견했다. 신경과학자들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편도체 즉, 위협을 감지하는 뇌 영역을 활성화시켜 체내자원을 엉뚱한데 소비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그 결과 두려움이 분석적인 사고능력, 창의력, 통찰력, 문제해결능력을 저하시킨다고 밣혔다.
이는 개 뿐만아니라 인간도 같다.
뉴욕대학교 프핸시스 밀리켄과 엘리자베스 모리슨은 파트리샤 휼린 근로자 40명을 인터뷰하며 직장에서 문제를 꺼리는 이유와 문제를 가장 기피하는 부분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동료들이 자신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까 봐 침묵해 버린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문제제기를 쓸데없는 짓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심지어 아이디어처럼 조직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도 밣히길 꺼려했다.
이러한 조직의 분위기는 왜 문제일까? 두려움이 가득한 조직에서는 혁신은 멈추고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가 '디젤 게이트'라 불리우는 사건이다.

당시, 폭스바겐은 우수한 성능과 연비를 내세운 '클린 디젤카'를 내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당국의 규제를 돌파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관계자들은 배출가스 테스트 결과를 조작하기로 했다. 실제로 클린 디젤카는 기준치의 40배에 달하는 이산화질소가 배출되었다.
그렇다면 왜 폭스바겐은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일까?
부츠크 에센대학교의 교수 페르디난트 두테훼퍼 교수는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한 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폭스바겐에는 강력한 압박이 존재했다."
실제로 사건 후 한 간부는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대표님은 존경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어요. 대표님이 오신다거나 결제를 받을러 갈 때는 맥박이 요동치곤 했어요. 좋지 않은 소식을 들고 가면 큰 소리가 나거나 모욕당하는 일이 다반사였으니까요."
뿐만 아니다. CEO 빈터콘이 경쟁사와 같은 빨간색이라며 소리를 쳤으며, 현대자동차가 소리 없는 핸들을 개발했을 때 디자인 책임자를 몰아세우는 장면이 유튜브에 담기기도 했다.
빈터콘의 이러한 경영방침으로 인해 폭스바겐 내부에는 성과에 대한 압박감과 CEO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했다.
결국 2015년 5월 폭스바겐은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날렸다. 이 사건은 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당사 CEO였던 마틴 빈터콘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폭스바겐의 문화, 즉 지나친 성과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리더의 압박감이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문화를 만들었고, 이는 거짓실적으로 연결되었다. 성과 달성에 대한 압박감과 두려움에 빠진 폭스바겐 관계자 40명이, 미국환경보호청의 눈을 속이기 위해 특정 조건을 충족한 것처럼 보이게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빈터콘이 성공을 위해 실패를 죽이자 혁신도 죽어버렸다.
2.심리적 안정감은 복지가 아니다.

최고경영자로서 가장 큰 두려움은
직원들이 내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마크 코스타-
그러나 아직도 많은 조직에서 심리적 안정감은 복지의 일부로 여겨진다.
그러나 심리적 안정감은 복지가 아니라 경쟁력이다.
오늘날에 조직들은 다양한 영역의 전문성을 통합해야 한다. 이전과 같이 단순 작업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독창성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다. 그렇기에 조직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실수나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털어놓도록 장려하는 문화를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조사결과 팀워크가 좋은 팀이 오히려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으로 밣혀졌다. 어째서 이러한 반대의 결과가 나왔을까?
사실, 팀워크가 좋은 팀과 좋지 않은 팀은 모두 비슷한 수의 실수를 했다.
그러나 팀워크가 좋은 팀만이 서로의 실수를 보고하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밣혀졌다. (역으로 심리적 안정감이 부족한 팀은 자신들의 실수를 숨겼다.) 거기에 더해 실수를 찾아내거나 방지할 방법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토의했다.
이들은 실수를 들춰내도 인간관계가 안전할 것이라고 믿으며, 그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자신이 실수를 했을 때 누군가가 바로잡아줄 것이라 믿었다. 또한 자신의 실수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솔직하게 아이디어를 평가했다.
'자신이 조직에서 중요한 존재로 인식된다는 믿음'과 '심리적 안정감'이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들은 문제를 제기해야 할 순간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그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낼 수 없다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러한 심리적 안정감이 갈등을 추진력으로 각종 문제를 극복하며 갈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브랫 브래들리의 팀에서 117개 프로젝트팀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팀에서는 갈등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어 팀의 성과를 높이는 한편, 심리적 안정감이 낮은 팀에서는 정 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가 속한 조직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할 수 있을까?
3.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기

혁신적인 조직은 실수를 처벌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수에서 배우고 발전한다.
– 에드 캣멀 (픽사 공동 창립자)
아래는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세 가지 방법이다.
토대 만들기 →참여 유도하기 → 생산적으로 반응하기
1단계 토대 만들기
자신이 하는 일의 속성을 재정의 한다. 예를 들어 '실수'대신 '사고'나 '실패'라는 단어를 쓰게 한다. 중요한 것은 인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실수'는 '개인의 무능 탓'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있다.
심지어 개인의 무능함으로 인한 사고가 일어났을지라도 그것은 무능한 사람을 뽑도록 만든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무능한 사람을 해고해도 시스템은 새로운 무능한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힐 것이기 때문이다.
2단계 참여 유도하기
인식을 바꾸는 데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질문'하는 것이다. 아주예의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번 주에도 각자의 담당 환자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만큼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습니까?"
절대 "실수나 문제가 있었나요"라 묻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안전'처럼 듣는 이의 의지를 고양시키면서도 스스로를 되돌아보게끔 하는 표현을 쓴다.
3단계 생산적으로 반응하기
심리적 안정의 가장 중요한 조성여부는 구성원의 문제에 '리더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문제를 제기할 때 화를 내거나 무시해 버리면 구성원들은 입을 다무고 만다.
구글 X는 알파벳의 자회사다. 이들의 목표는 문샷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획기적인 기술을 상업화해 구글의 뒤를 이을 일류 기업을 세우는데 혁신적인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미다. 얼마 전 구글 X는 바닷물을 상업연료로 개발하는 '포그혼'프로젝트에 돌입했지만 2년 후 '가격 경쟁력이 턱없이 낮다'는 결론을 얻고는 종료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회사로부터 넉넉한 보너스를 받았다. 문샷 프로젝트의 수장인 아스트로 텔러는 이렇게 말한다.
"위험요소가 많은 대형 프로젝트에 구성원을 참여시키는 방법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발전가능성이 없는 프로젝트에 몇 년씩 질질 끌며 돈을 퍼붓느니 그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중단시킨 직원에게 그만큼 보상을 해주는 편이 낫다.
그는 덧붙이며 말했다.
"나는 실패를 부추기는 게 아니다. 실패를 통한 학습을 지지하는 것이다."
